법원 "성과급은 복지 아닌 임금…퇴직금에 포함해야"

입력 2022-02-03 12:33   수정 2022-02-03 14:54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해당하므로 퇴직금 산정 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간 같은 이슈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엘지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카드 등 주요 기업들도 대법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이번 판결이 대법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퇴직금은 퇴직 직전의 3개월 동안 받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만약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으로 인정된다면, 경영성과급 지급 시점 이후 3개월 안에 퇴직할 경우 성과급도 퇴직금에 포함되는 셈이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기업이나 성과급의 수준이 높은 기업의 경우엔 퇴직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계정을 도입한 회사의 경우엔 현직자에게도 연금 계좌에 추가 금액을 납입해야 된다.
◆법원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이숙연)는 지난달 21일,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 전현직 근로자들이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이하 회사)를 상대로 청구한 임금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1심에 이어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는 매년 근로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 5월, 종전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이 근로자들에게 다소 불이익한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반발하며, "종전 지급기준대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자들은 여기 그치지 않고 성과급이 평균임금이므로 퇴직금을 계산할 때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원고들은 "경영성과급은 임금이므로 평균임금 산정시 포함시켜야 됨에도 회사측이 제외했다"며 "근로자들의 퇴직연금계정에 경영성과급을 포함한 금액을 추가로 납입하라"고 청구했다.

밝혀진 사실관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경영성과급은 2001년도 첫 도입 이래, 지급기준이 협의되지 않은 2002년도와 당기순이익이 지급기준에 미치지 못한 2005년도, 2006년도를 제외하고는 매년 한차례씩 지급됐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는 매 6월에 지급됐고, 그 이후부터 2019년까지는 매년 3월 말 경 지급돼 왔다.

결국 관건은 성과급을 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가 됐다. 즉 근로 대가인지와 회사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가 문제 된 것이다.

회사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회사 측은 "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닌 복지 차원"이라며 "성과급은 회사의 자산 규모, 경영판단에 따른 경영전략에 따라 발생한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지급되므로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무관하며 근로의 대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 대표이사 결재로 지급여부나 지급률 등을 결정하는 은혜적 성격의 급부"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기 순이익 달성시 지급한다는 지급 기준에 따라 연1회씩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한 급여"라며 "근로제공을 해서 사업목표를 달성한 결과로 지급한 것이므로 임의적·은혜적 성질의 금원으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회사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의무도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2003년부터 15년 이상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연1회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객관적 관행이 존재한다"며 "회사가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을 마련했고 임의로 성과급 지급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성과급 지급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인식이 형성됐다"고 꼬집었다.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 의무도 있는 임금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근로자들은 추가적인 주장도 내세웠다.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므로,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 지급 기준을 불리하게 변경한 것은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또 성과급 삭감 시 노조와 합의한다는 노동관행이 있는데 이를 위반다고도 주장했다. 이 주장대로라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경영성과급을 삭감하거나 지급 기준을 변경하는 게 불가능해 진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영성과급 지급 기준은 지속적인 적용을 전제로 하지 않아 취업규칙으로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또 "당기 순이익에 연동돼 지급되는 경영성과급의 특성상 지급률이나 지급액수에 대한 노동 관행은 인정되지 않고 회사에게 재량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다수 대기업에서 소송 진행 중...대법원 판결 '주목'
경영성과급이나 인센티브, PS·PI도 임금이기 때문에 퇴직금 계산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는 내용의 '퇴직금 소송'은 지난 2020년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이 처음 제기하면서 업계에 번졌다. 이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카드 등 삼성계열사와 LG디스플레이, 현대해상화재보험 등으로도 소송이 확대된 바 있다.

대부분의 소송은 2심까지 기업이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 중이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에서는 지난 6월 근로자 956명이 청구한 동일한 취지의 '퇴직금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해 업계에 충격을 줬다. 같은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한 사건인데도 수원고법에서는 회사가 승소,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회사가 패소해 큰 관심을 끌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소송이 제기될 경우 부담이 크게 늘 수 밖에 없다. 지난해 5월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에 대응하겠다며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들이 모여 출범한 삼성노조연대도 집단으로 퇴직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SK하이닉스 소송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상고심 등을 함께 고려해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현대해상화재 판결에서 근로자 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가중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이번 판결은 원고 근로자들의 논리를 종합적으로 정돈해 설시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어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업계나 법조계에서도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용희/최진석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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